자유게시판
작성자 | wjdwltn | 작성일 | 2024-12-26 16:13:38 | 조회수 |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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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우주를 표류하는 화물선, 그리고 그 안에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는 선원들의 이야기 | ||||
내용 | 우주를 표류하는 화물선, 그리고 그 안에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는 선원들의 이야기Mouthwashing 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워킹 시뮬레이션 + 심리적 공포 장르의 게임으로, 투박한 그래픽을 통해 기괴한 분위기와 초현실적인 연출들을 잘 섞어서 플레이어의 관심을 사로잡고 시각적 및 청각적으로 불쾌감과 불편함을 전달하는 게임이다. 같은 개발자가 약 2년 전 출시한 게임인 How Fish Is Made 또한 역시 초현실적 스토리텔링에 힘을 들인 게임이며, 투박한 그래픽 및 기괴하게 보일 수 있는 시각적 연출들을 보인다는 특징들을 공유하고 있지만, How Fish Is Made 는 게임의 스토리 분위기 및 대사 면에서 코미디스러운 부분들이 많았다면, Mouthwashing 은 유머스러운 분위기는 싹 지우고 음울하고 위태로운 스토리를 들려주는 데 더 초점을 들인 게임이다. 그렇다면 Mouthwashing 의 스토리는 어떨까? 게임의 시작부터 플레이어는 천체에 충돌하여 사고가 일어나게 된 화물선을 보게 되며, 그리고 이 사고로 인해 큰 부상을 입은 함장 컬리 + 새로 함장 자리를 맡게 된 부조종사 지미 + 간호사 아냐 + 엔지니어 스완지 & 그의 밑에서 일하는 인턴 다이스케, 총 5명의 선원들이 화물이라고는 구강청결제 밖에 없는 화물선 안에서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알아가게 된다. 게임의 스토리 진행 방식은 과거와 미래가 뒤섞인 형태로 플레이어에게 전달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화물선이 운석과 충돌하여 난파당하고 컬리가 중상을 입게 된 사건의 전과 후로 과거와 미래가 나뉘게 된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방식이 매우 신선하다고 할 수 없지만, 스토리의 전환에서 나오는 시청각적 효과, 그리고 스토리를 풀어 내는 과정에서 과거와 미래의 뚜렷한 대조가 마음에 들었다. 전자의 경우, 시간별로 조각조각 나뉜 스토리 구간들을 플레이어에게 보여줄 때, 그냥 매끄럽게 전환되는 게 아니라 게임에 버그가 걸린 듯한 효과음과 함께 시각적으로도 마치 화면이 뒤섞이는 듯한 난잡한 화면 전환 효과를 채용하는데, 이를 통해 플레이어가 기괴함을 느끼게 하면서 게임 전체적으로 깔린 초현실적 분위기를 증폭한다. 후자의 경우, 과거와 미래의 시점은 다른 인물을 통해 진행되는데, 과거의 경우 컬리, 그리고 미래의 경우 지미를 통해 스토리를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인물이기 때문에 스토리 내 섞이는 그들의 심경 및 심리 상태의 붕괴로 보이는 환상이 다르며, 특히 지미의 시점에서 망가지는 화물선을 감상하며 나오는 각종 초현실적 연출들이 이 게임의 묘미이다. 또한, 과거에는 안정적인 푸른색 색감을 사용하고 비교적 멀쩡한 상태의 화물선을 보여주지만, 미래에는 불안정한 붉은색 색감을 사용하고 물리적으로 붕괴 직전 상태의 화물선을 보여주면서 두 시간선의 차이가 시각적으로 극명하게 느껴진다. Mouthwashing 은 스토리 및 시각적 연출 감상이 중요한 게임이기에,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적지 않고 감상평을 몇 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위에서 적었듯이 플레이어에게 스토리는 시간순으로 전달되지 않고 조각조각 전달되기에 플레이어가 직접 머리 속에서 재조립을 해야 하지만, 스토리의 흐름이 난해하지 않고 게임의 절반 정도 오면 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났는지 + 지미가 얼마나 불안정한 해설자인지 직접 느낄 수 있다. 비록 게임 내 대화들이 매우 간결하고 몇몇 인물 관련 디테일의 경우 생각보다 뚜렷하게 묘사 되어있지 않거나 왜곡을 거쳐서 플레이어에게 전달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 및 게임 속 인물들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서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유추하고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편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스토리의 흐름 및 우주선 속 각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하여, 플레이어가 각각의 인물에 몰입할 여지를 주고 있으며, 게임의 스토리가 절정으로 도달하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유추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의문 및 은은한 절망을 느끼게 만든다. 각 등장 인물의 경우 물론 시각적으로 그리고 나이와 성별 면에서 차이가 나지만,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 자신만의 신념, 심리적 불안성의 원인 등등에서 나오는 차이점들이 그들에게 외모 밖의 면에서 개성을 충분히 부여하고 있으며, 이들이 우주선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은 매우 인상적이다. 스토리의 흐름 또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 계기를 점진적으로 풀어 나가는 과정, 그리고 지미가 함장이 된 이후 점점 그의 심리 상태가 붕괴되는 상황은 흥미롭게 그려져 있었다. 스토리에 대해 이렇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게 된 다른 이유에는 게임 속 보여지는 시각적 연출들도 있다. Mouthwashing 은 지미의 시점으로 화물선의 미래를 보여줄 때 단순히 보이는 그대로 화물선의 상태를 보여 주지 않는데, 지미의 뇌에 박혀 있는 죄책감, 강박증 그리고 자기 합리화가 섞이면서 비현실적인 환상이 섞여 들어가게 되며, 이 과정은 플레이어에 따라 불쾌감을 크게 느끼는 게 가능한 수준으로 표현된다. 게임 내 고어 및 신체적 / 정신적 학대가 대놓고 나오며, 게임의 주요 소재 중 하나가 무너져 가는 화물선에서 느끼는 역겨움 및 정신적 고통이다 보니 – 대놓고 말해서, 온 피부가 다 벗겨지고 침대에 누워서 불구 상태인 인물이 주요 등장 인물이며 지미의 환상 속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여기서부터 불편함을 크게 느낀다면 게임을 진행할수록 하차가 마려울 것이다 – 게임 내 나오는 시각적 연출들 및 그로테스크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비위에 맞아야 게임을 끝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나처럼 초현실적인 게임들을 잘 퍼먹는 사람이라면 이 게임 속에 나오는 연출들은 마음에 들 것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특정 행동을 하게 유도함으로써 직접적으로 불쾌감을 전달하려는 연출, 선원들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점점 정신이 붕괴되며 자신만의 내적 공간으로 퇴보하는 지미의 심적 표현, 그리고 가벼운 고어 표현으로 기괴함을 잘 자극하는 것까지, 연출 면에서 괜찮은 화면 배치 및 오브젝트 표현들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긍정적인 면들을 많이 적기는 했으나, 게임이 완벽하다고 하기에는 커다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이 점이라 하면, 다른 부정적 평가들에서 보이듯이, 게임의 후반부 전개가 많이 늘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게임의 후반부가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명확하며, 후반부 중에서도 괜찮은 스토리 구간들이 있으나, 문제는 다른 초현실적 게임에서 많이 나오는 시간 끄는 전개가 나와서 게임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상징성이 일차원적이고 플레이타임을 질질 끌면서 시각적으로도 흥미롭지 않아, 플레이어가 단순하게 걸어가는 것 이외에는 게임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간들이 게임의 매력을 깎아 먹는다고 생각하였다. 지미의 정신이 붕괴되는 과정 및 그의 죄책감이 쌓여서 결말에서 보여주는 선택을 하게 되는 의식의 흐름을 보여 주기는 하지만, 이러한 걸 다른 사이키델릭한 게임들에서 비슷한 구도로 몇십 번이고 우려먹는 걸 봐 왔기 때문에, 이러한 구간의 시각적 연출이 매우 흥미롭거나 / 스토리의 전개가 일어나면서 플레이어의 관심을 환기시켜 주거나 / 게임 메커니즘 면에서 독창적인 면을 보여주지 않으면, 이미 이런 장르에 목욕을 하는 유저들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후반부 말고도 중간에 나오는 추격씬도 시간만 끄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기믹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구간이 너무 길고 안전하게 갈려면 추격하는 NPC 의 눈치를 너무 많이 봐야 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초현실적 워킹 시뮬레이터” 장르에 (이 평가를 쓰는 사람처럼) 내성이 없다면 게임의 후반부를 보고 완급 조절에 실패한 지루한 게임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담) 업적 100% 가 약간 까다로운 편인데, 대부분의 업적은 쉬운 편이지만 업적 달성률이 가장 낮은 두 업적이 워킹 시뮬레이터 치고 좀 귀찮고 복잡한 행위를 해야 하기 때문. 특히 개발자 콘솔을 사용해서 깨야 하는 업적은 공략을 보고 깨야 겨우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동선 최적화를 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게임이 인기가 많아서 다양한 업적 공략이 스팀과 유튜브에 올라와 있으니, 공략이 없는 소규모 게임에서 업적 100% 를 달성하는 것처럼 혼자 고통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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